독서운동 독서칼럼
자기 자신을 위한 책읽기-이명현 2016-04-04 오전 10:41:37
글쓴이 :
한국독서능력개발원
조회수 :
1974

칼럼도 쓰고 책도 펴내고 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냐고 물어본다. 책을 읽기를 좋아하고 많이 읽은 것은 사실이지만 책을 읽는 작업은 내게는 늘 가장 나중에 할 일이었다. 시간이 생기면 나는 책을 보거나 영상물을 보기 보다는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TV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다큐멘터리를 본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책을 본다. 책을 읽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행위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을 왜 읽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시간이 없을 때 책을 붙잡고 있거나 영상물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밖으로부터 보충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자는 말이다. 책을 읽는 것도 결국은 자기 자신의 사고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책을 읽기 위한 책 읽기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책을 읽고 그로부터 뜻을 얻었으면 책 자체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하게 그 책을 잊어버렸으면 한다. 자기 것으로 내재화시키는 책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많은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나는 늘 어떤 책을 읽던지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 글을 써내거나 강연을 하면서 나만의 목소리를 내는데 큰 자산이 되었다. 자기 자신을 위한 책읽기의 힘일 것이다.

어느 인터넷신문 북세션에 4년이 넘도록 서평을 연재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내가 읽지 않은 책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한번은 어떤 사람과 이런저런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가 삼국지에까지 이야기가 이르렀다. 내가 삼국지를 읽지 않아서 할 말이 없다고 하자 그 사람은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어떻게 삼국지도 읽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느냐고 타박을 했다. 세상에 책은 많고 인생은 짧다. 어떻게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가 있을 것인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흥미를 느끼는 책만 읽었던 것 같다. 주위에서 하도 삼국지 타령을 해서 몇 번이나 읽어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헛수고였다. 너무 재미가 없었다. 왜 삼국지를 모든 사람이 읽어야만 하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내게는 재미에 있어서나 교훈에 있어서나 앞으로 읽을 생각이 없는 책 중 하나다. 이솝우화도 너무 재미가 없고 내 가치관과도 맞지 않아서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아마 초등학교 2-3학년 정도 되었을 때였던 것 같다. 이솝우화를 읽고 독후글을 써야할 일이 있었다. 나는 괴로움을 참으며 억지로 이솝우화 몇 편을 읽고 내가 느낀 그대로 글을 써서 낸 적이 있다. 선생님한테 불려가서 혼이 났고 그 이후로 나는 다시는 이솝우화를 읽지 않았다. 이솝우화의 독후글을 써야하는 일이 몇 차례 있었지만 읽지 않고 외교적인 수사로 가득 찬 글을 쓰곤 했었다. 탈무드도 마찬가지였다. 몇 쪽을 읽다가 읽는 것을 그만 두었다.

내 독서 인생의 황금기는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였다. 한국 문학에 매혹되었던 나는 집, 학교, 도서관, 친구 집에 있는 한국 문학 작품은 닥치는 대로 읽었다. 너무 재미있었고 설레었다. 그 덕분에 지금도 한국 문학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밀리지 않고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나의 독서법은 편식이 심하다고도 할 수 있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책을 읽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자는 것이다. 남들이 다 읽어야 한다는 책을 꼭 읽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책을 읽는 것은 다시 말하지만 자기를 위한 것이지 결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유롭게 책을 읽을 때 책도 비로소 우리들 자신에게 다가올 것이다. 책을 위한 책읽기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책읽기를 했으면 좋겠다. 삼국지도 이솝우화도 탈무드도 읽지 않아도 다른 책으로부터 뜻을 얻었다면 멋진 책읽기를 한 것이다. 거꾸로 삼국지 한 권만 읽고도 뜻을 얻었다면 그것으로 멋진 독서가 된 것이다. 규범 지어진 책읽기의 틀을 털어내고 즐거운 자기 자신만의 책읽기를 해보며 좋겠다.
 
출처 : 청소년을 위한 독서 칼럼
http://www.nlcy.go.kr:8089/column/column/view.dio?year=&month=&page=2&pagelistno=1&seq=167&search_title=&search_value=#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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