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운동 독서칼럼
책을 통해 얻게 되는 것들 - 박동규 (문학평론가) 2014-11-14 오후 4:59:24
글쓴이 :
한국독서능력개발원
조회수 :
1951

책과 만나는 일

어린 날부터 자연스럽게 책을 손에 잡게 되고 책과 친해지게 된다. 이 자연스러운 책과의 만남이 성장하면서 보다 세밀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인간의 욕구에 따라 책을 선택하게 되고 이 욕구를 보다 전문화하거나 체계화하거나 아니면 삶의 새로운 영역에 관해 상상의 즐거움을 가지기 위해서 독서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청소년기에 처음 책을 손에 쥔 것은 중학교 일학년 때였다. 어린 날 여러 가지 동화를 읽어보고 만화를 보거나 어린이 잡지를 읽었던 것과 달리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하는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피난지 대구에서 중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있지 않아 우리 동네에 같은 반에 다니는 아이와 친해졌다. 우리는 학교에 갈 때부터 돌아와서 저녁이 될 때까지 거의 붙어살았다. 우리는 셋방에 살고 있어서 우리 집보다는 친구 집에서 저녁밥을 먹기 전까지 놀았다.

친구는 중학교 삼학년인 형이 있었다. 형은 우리를 데리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형의 이야기는 대체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였다. 적을 물리친 용감한 군인의 이야기가 중심이었지만 형의 이야기 중에서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전투기에 관한 것이었다. 매일 쉴 새 없이 하늘에서 쌩쌩 소리를 내고 날아다니는 제트기의 모습을 보고 있었기에 우리는 형이 각종 전투기에 관한 설명을 해줄 때면 너무나 황홀했다. 형의 이야기를 학교에 가서 반 친구들 앞에서 하면 친구들은 내가 무엇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언제나 내 주위에 빙 둘러 섰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에서 우연히 공군에서 만든 <창공>이라는 월간지를 보았다. 전투기 사진이 표지에 실려 있는 이 잡지를 들춰보니 전투기의 모든 것이 다 실려 있었다. 나는 그 후 이 잡지를 열심히 읽고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하였다. 얼마 후 형보다 내가 더 전투기에 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형도 나에게 <창공>이라는 홍보 잡지를 보여달라고 하였다.

내가 처음 책을 잡게 된 계기를 보면 ‘지적 호기심’이 그 동기가 되어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누가 좋은 책이라고 해서, 읽어야 된다고 해서 읽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책의 내용에 관한 흥미가 전제되지 않아서 얼마 읽지 않아 책을 손에서 놓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책을 손에 잡게 될 때는 꼭 ‘무엇을 알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서 책을 골라잡아야 하는 것이다.

책을 유용하게 만드는 법

내용에 흥미를 가지고 책을 잡는다고 해서 책과 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책을 통해 얻은 것에 관해서 스스로 판별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어야 책을 가까이 두게 된다. 대학에 들어가서 얼마 되지 않아 테니스를 배우기로 했다. 그 당시만 해도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어렵게 청계천에 나가 미군부대에서 나온 테니스채를 골라 사고 공도 준비하고 테니스복도 동대문 운동장 근처에서 마련하였다.

동호회에 가입을 해서 나가보니 나이들이 전부 나보다 많았다. 선배가 나에게 기본자세를 가르쳐주고 먼저 벽에 공을 때려보는 연습을 시켰다. 나는 테니스장 뒤편에 세워진 벽에 공을 쳐서 맞추는 연습을 시작하였다. 이 벽치기를 한달쯤 하고 나니까 팀에 끼워주었다.

나는 주말마다 모이는 팀에서 잘해보기 위해서 매일 오후 혼자 벽치기 연습을 하며 실력이 나아지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서브를 연습하거나 스트록을 연습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조금씩 다르게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누구는 공이 내려올 때 치라고 하고 누구는 올라올 때 치라고 해서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합이 끝나 평가회를 할 때면 항상 자세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을 받곤 했다. 나는 이 지적을 받을 때마다 ‘정말 무엇이 가장 좋은 자세인가’하는 의문이 생겼다.

결국 나는 서점에 가서 『테니스의 기본』이라는 외국인이 쓴 것을 번역해 놓은 책을 샀다. 나는 책에 의존하여 자세를 만들었다. 사람마다 다르게 코치하는 바람에 내가 어찌해야 할지 고민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책에 기술된 내용은 말로 하는 것처럼 금방 사라지지도 않고 많은 이들이 보기 때문에 틀린 것을 실어놓으면 곧 지적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책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은 항상 인쇄되어 있어서 누구나 볼 수 있고 책을 쓴 이의 이름이 있어서 저자가 책임을 지고 올바른 내용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점이다. 소리나 영상처럼 지나가 버리는 것이 아니기에 항상 비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정보의 진실성을 저자가 책임을 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인터넷에 수많이 떠도는 많은 정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가를 알아보는 일이야 말로 참 힘든 일인 것이다.

책 속에 담겨진 것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언어의 체계를 통해서 전달되는 의미를 알게 된다는 뜻이다. 책은 글로 쓰여 있기에 글을 읽는다는 것은 글이 가진 구조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쓴 글의 구조야말로 서술이나 논술이나 묘사나 설명의 모든 문장형이 지닌 특성을 알아차리게 되고 나아가서 글의 내포적 의미까지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훈련을 통해서 사물을 생각하는 힘이 생기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논리적 체계를 세워나갈 수 있는 방식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책 속에 담겨진 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야말로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다는 기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목을 얻게 된다는데 참 가치가 있는 것이다.
책을 통해 얻는 것은 내용만 아니라 글의 체계를 이해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출처 : 청소년을 위한 독서칼럼(http://www.nlcy.go.kr:8089/column/column/view.dio?year=&month=&page=39&pagelistno=4&seq=5&search_title=&search_value=#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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