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운동 독서칼럼
좋은 책과의 만남 -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2014-11-07 오후 3:13:09
글쓴이 :
한국독서능력개발원
조회수 :
1989

인생에 있어서 세 가지 중요한 만남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좋은 사람과의 만남입니다. 좋은 사람 하나 만나면 그때부터 인생이 달라집니다. 꿈이 이루어집니다. 두 번째는 좋은 경험과의 만남입니다. 좋은 경험이란 것은 무언가를 이루고 성공한 경험만이 좋은 경험이 아닙니다. 그때는 고통스러웠고 괴로웠고, 절망스러웠던 경험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나를 더 높이, 더 깊게 만든 좋은 경험이 참 많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좋은 책과의 만남입니다. 10대에 어떤 책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의 빛깔이 달라집니다. 적어도 10대, 20대, 30대, 40대를 넘어 죽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때에 맞는 좋은 책과의 만남이 있어야 인생이 풍요로워집니다.

이 세 가지 좋은 만남 가운데 좋은 책과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에게 있어 이 책과의 만남이 그 무엇보다도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가장 강력한 존재가 되어주었고, 저를 키워줬으며, 제 아버님의 사랑을 알게 해줬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단기 4228년 초판본 가격 1,700환이라고 씌어져있는 아놀드 토인비의 세로판 책자 『역사의 한 연구』는 지금도 사무실 책상 곁에 두고 가끔 꺼내 읽곤 합니다. 거기서 흑연 연필로 언제 그어놓았는지 모르는 밑줄 자국을 발견하곤 하지요.

“회초리 꺾어와!”
소년 시절, 저는 아버지에게 매를 맞으면서 그 책들을 읽었습니다.
아직도 아버지의 호통소리가 귓가에 쟁쟁합니다. 어려운 책을 선정해 읽게 하고 밑줄을 긋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검사해서 책에 밑줄이 그어져 있지 않으면 회초리를 꺾어오게 해서 종아리를 때렸는데, 그것은 아버지만의 독특한 훈육 방법이었습니다.
“부드러운 음식만 먹으면 이가 상한다. 단단한 음식도 먹어야 이가 튼튼해진다”라는 것이 아버지의 지론이었고, 어린 시절의 나에게 아버지의 그런 책 읽기 교육은 일종의 고통이자, 고문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 맞지 않기 위해 성의 없이 아무 곳에나 줄을 그어 흔적을 남겨가며 읽었습니다. 아주 가끔은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 열심히 읽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15년 전 아버지께서 72세의 일기로 별세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어렵게 어렵게 모으신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을 내게 물려주고 가셨습니다. 그러므로 아버지가 물려주고 가신 책은 나에게 있어 그냥 책이 아니었습니다. 그 분의 눈물이고, 비굴함이고, 영혼이고, 삶 전체이며, 돈으로 환산할 수도,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아버지의 영적 정신적 유산인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뒤의 일입니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책, 어렸을 적 매를 맞으며 읽었던 책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그어놓은 밑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밑줄 그은 글을 읽는 순간 나는 전류에 감전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밑줄에서 살아 있는 아버지의 숨결을 느낀 것입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노신의 『고향』 중에서)

아버지가 밑줄 친 이 글귀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매우 유명한 글귀가 되었습니다. 2001년 8월 1일부터 내 친구 몇 사람에게 보내기 시작해 지금은 173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읽고 있는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첫 글귀로 이 글을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도 나는 아버지의 책이, 아버지의 밑줄이 내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채우고 있음을 느낍니다. 지금의 내가 있게 한 내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내 가슴에 영원히 식지 않는 영혼의 난로를 선물하고 가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1962년판 『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또는 글이 잘 나가지 않을 때마다 다시금 들춰보곤 하는 책입니다. 『역사의 한 연구』와 같이 이 두 책은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읽는 횟수가 반복될수록 전혀 새로운 의미들을 발견하게 되어 지금도 그 두 책은 항상 나를 따라다니며 내 사무실 서재의 한켠을 차지하고 앉아 오늘도 내 인생의 스승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책은 되도록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중에 자신의 인생의 등대가 되어줄 특별한 책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10대에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아래 제가 쓰는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 독서에 관련된 글로 이 글을 마감할까 합니다.

<훌륭한 독서법>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도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장 한장 넘겨보라.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중에서 -

* 책은 인류가 만든 최고의 지적 재산입니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책은 살아남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젊은 시절에 책 읽는 시간만은 꼭
만들라는 마지막 말은 다시없는 금언(金言)입니다.
 
 
 
 
출처 : 청소년을 위한 독서칼럼(http://www.nlcy.go.kr:8089/column/column/view.dio?year=&month=&page=40&pagelistno=4&seq=2&search_title=&search_value=#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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