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운동 독서칼럼
독서와 다양성 - 강지원 (변호사, 청소년 운동가, 방송인) 2014-11-05 오후 4:29:39
글쓴이 :
한국독서능력개발원
조회수 :
1956

사람은 모두 다르다. 생김생김이 모두 다르고 마음씀씀이가 모두 다르다. 그렇듯이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것도 모두 다르다. 책이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해 놓은 것이라면 그런 만큼 책도 모두 다르다. 책을 만든 이들의 생각이나 느낌이나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똑같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다. 소재부터가 한없이 다양하다. 먹고 자고 일하는 것에서 몽상적인 가상세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소재에 대한 생각과 느낌도 다양하다. 찬성하는 이와 반대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 이유나 근거 또한 각각 다르다. 표현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시(詩)나, 소설(小說)이나, 수필(隨筆)로 쓰는가 하면 일기장처럼, 낙서처럼 특별한 형식없이 써내기도 하고, 또 화보나 만화나 북아트로 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런 책들의 다양한 모습은 마치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우리네 삶의 다양성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너나없이 똑같은 획일성의 횡포는 우리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었던가.
거기에서 탈출해 무제한의 광활한 세상을 마주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꿈같은 세상을 상상해보는 기쁨까지 가져다준다.

그런가하면 더 주목할 것은 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또한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글쓴이 등 책을 만든 이들의 생각과 느낌이 모두 다르듯이 책 읽는 이 등 책을 대하는 이들의 생각과 느낌 또한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책 공급자들의 다양성에 감사하게 생각하듯이 책 수요자들의 다양성 또한 존중한다. 누구나 이런 저런 이유로 책을 읽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시험공부를 위해서든, 직장 일을 위해서든 책상 위에는 늘 책 몇 권을 꽂아 두게 된다. 이런 모습도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스스로 선택해 책을 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란 짐승과 달라서 매일 같이 똑같은 밥만 먹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끝없이 생각하고 창조하고 진화시켜 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오묘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일 이상의 것에 관한 정보를 찾게 되고 거기에서 깨달음과 문화적 상상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나누게 된다.

여기에 부지런한 이와 게으른 이의 차이가 있다. 부지런히 구도자적 자세로 더 큰 깨달음을 위해 모색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이가 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 길을 찾고 갈구하고 답을 얻기 위해 책을 찾는 일에는 무조건 부지런해야 한다.

책을 읽는 이들 중에는 ‘정독파’(精讀派)가 있고 ‘다독파’(多讀派)가 있다. 이 또한 다양성의 모습이고 자연스런 선택의 결과다.

굳이 구별하라면 나는 정독파에 속하는 데 반해 내 아내는 다독파에 속한다. 나는 책을 한 권 잡으면 내 관심이 끌리는 한 그 부분을 세밀하게 읽어내야 직성이 풀린다. 심지어는 밑줄을 긋거나 박스로 표시를 해두기도 하고, 몇 마디 반론이나 새로운 착안점까지 끼적거려 놓기도 한다.

이에 반해 내 아내는 수없이 많은 책들을 속독에 가까운 속도로 읽어 낸다. 그리고 동시에 여러 권의 책도 읽는다. 펼쳐진 책들이 소파에, 식탁에, 방안에 동시에 놓여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독서의 결과에도 차이가 드러난다. 나는 읽은 내용에 대해 비교적 정확히 기억하는 반면 다방면에 걸친 광범위한 교양이 부족하다. 반면 아내는 별의별 잡지식에 가까울 정도의 정보에도 박식한 반면, 콕 집어서 명칭을 묻거나 하면 대충 두루뭉수리하게 답변하곤 한다. 참 재미있는 현상이다. 이런 일로 우리 집에서는 서로를 놀리고 웃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다.

사람들이 책을 손에 쥐는 과정도 다르다. ‘생각파’와 ‘자료파’의 차이다. 어떤 이는 생각부터 골똘히 한 후 이를 보충하거나 확인하기 위해 책을 찾는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는 자료부터 찾고 나중에 이를 토대로 생각을 정리해 나간다. 이 또한 다양성의 한 모습이다.

이런 다양성 속에서 진정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자기 발견 속에는 자신의 책 읽는 성향과 개성에 대한 발견도 포함된다. 책을 대할 때 부지런함만 갖춘다면 자신의 독특한 방식에 따라 책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것이어도 좋다. 높은 산을 오르는 다양한 길을 통해 구도자의 길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

나는 종교․철학이나 인생론에 관한 책을 즐겨 본다. 사람에 관한 책이라면 참회록에 가까운 책들을 좋아한다. 그러나 책에 빠져 자신을 잃어 본 적은 별로 없다. 오히려 비판적이거나 객관적인 자세로 읽는다. 그리곤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 생각을 되짚기 위해 또 책을 찾는다.

이런 방식은 나만의 방식일 뿐이다. 사랑하는 청소년들은 부디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자기만의 개성대로 책을 사랑할 일이다. 이 일에는 무조건 부지런해야 한다.
 
 
 
 
출처 : 청소년을 위한 독서칼럼(http://www.nlcy.go.kr:8089/column/column/view.dio?year=&month=&page=40&pagelistno=4&seq=1&search_title=&search_value=#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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