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운동 독서칼럼
홍자성의 채근담을 읽으며 이겨낸 재수생활 - 고 영 (경영 컨설턴트, 사회기관 단체인) 2014-10-07 오후 1:51:12
글쓴이 :
한국독서능력개발원
조회수 :
1930

만물이 푸르른 계절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들녘에는 무더위가 찾아 들었다. 중3과 고3 수험생들은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시기이다. 그들의 마음에 도움이 될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칼럼을 쓰는 저자에겐 은인 같았던 책, 홍자성의 채근담이다.

한참 성적을 끌어올리며 보냈던 20년 전의 고3 시절, 무더위에 밤마다 설치며 몽롱한 상태에서 공부를 했고 결국 원했던 대학을 가지 못하고 낙방했다. 당시엔 모든 것이 막막하고 괴로웠다. 모의고사에서 전국 64등까지 했기에 원하는 대학은 당연한 것이고, 20살 대학생활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계획에도 없던 재수 생활은 마지막 청소년 시절을 스스로 고민케 했다. 세상을 다시 보고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바로 채근담으로.

홍자성은 중국 명나라 때 부패한 관직 사회에 초야로 들어간 선비였다. 하지만 그의 글에는 깊은 깨달음이 있었다. 유교를 기반으로 노장사상과 불교사상을 흡수한 문장은 방황하던 재수생의 생활을 바로 잡게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이 최고이니 물러가는 것이 곧 나아가는 바탕이 된다. 사람을 대할 때는 넉넉하게 하는 것이 바로 복이 되니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은 실로 자기를 이롭게 하는 바탕인 것이다.”
남들을 이기며 빠르게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최고라고 여겼던 고등학교 시절 “나는 왜 공부를 하는지” 모르고 공부했다. “왜 서울대학교를 가는지” 모른 채 가려고 했다. 그것이 왜 중요한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으며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홍자성은 무엇이 삶의 지혜인지,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공동체를 위한 중용이 무엇인지 가르쳐줬다. 홀로 동네 도서관에 조용히 앉아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채근담은 마음에 평정을 가져다 주었다. “늦어도 괜찮다. 비록 실패해도 괜찮아.” 모두가 속도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믿는 방향이라는 점을 깨우치게 했다. 당시 수험생으로선 하기 힘든 사색을 통해 어쩌면 생각하는 힘을 갖게 됐는지 모른다. 지금도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시간의 길고 짧음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공간의 좁고 넓음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한가로운 사람은 넉넉하여 하루를 천 년보다 길게 느끼고, 마음이 넓은 사람은 좁은 방도 하늘과 땅 사이만큼 넓게 여긴다.”
물욕으로 인해, 명예욕으로 인해, 승부욕으로 인해 더럽혀진 내 마음에 이 구절은 생명수 같았다. “어떤 마음을 지니고 사느냐가 인생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내가 진정 만족하느냐가 내가 지금 왜 이 자리에 있는지를 결정한다.” “앞으로 늘 주목 받으려 하지 말자.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지에 주목하자” 아침마다의 묵상은 지금도 이어져오는 훈련이자 습관이 되었다.

청소년기, 교과서와 문제집 외에 다른 한 권의 책을 손에 들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는것을 안다. 쏟아지는 숙제와 시험 앞에 시간은 늘 족쇄가 된다. 하지만 한 번쯤 질문해 봐야 한다. “나는 왜 그렇게 성공하고 싶어하는지? 왜 그렇게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하는지? 왜 그렇게 옆에 있는 친구들을 이기려고 하는지?” 본연의 질문에 다른 답을 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떠날 수 없으며, 자신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아는 지금의 이 시대에 홍자성은 말한다. “물질적인 욕망을 덜고 덜어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심으니 일체의 물욕이 사라지고, 번잡한 생각을 잊고 잊어 향을 사르고 차를 끓이니, 일체의 사물에 개의치 않는도다.”
 
 
 
 
 
 
 
출처 : 청소년을 위한 독서칼럼(http://www.nlcy.go.kr:8089/column/column/view.dio?year=&month=&page=1&pagelistno=1&seq=154&search_title=&search_value=#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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