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운동 독서칼럼
정서의 즐거움을 위한 독서 - 박범신 (작가) 2014-10-01 오후 4:01:38
글쓴이 :
한국독서능력개발원
조회수 :
1884

책 읽는 것은 가장 경제적인 레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상당한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책은 만 원 정도에 사면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고 일생을 통해서 여러 번 읽을 수도 있어요.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니까요. 그러니까 가장 싼 레저, 가장 의미 있는 레저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 그 중에서도 소설 같은 경우는 일종의 타임머신이죠. 그래서 먼 미래의 세계에도 단숨에 날아갈 수 있고, 먼 과거로도 갈 수 있고. 또 공간 이동도 가능합니다. 태평양 너머도 책을 통해서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것보다도 책을 읽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생각하는 힘을 준다는 거죠. 사실 우리가 다 생각하고 사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 세상의 욕망에 이끌려 가느라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방법을 다 잃어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버스가 산모퉁이를 지나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하고 있는데 이것을 영화로 본다면 산도 나오고 버스도 나오고 모퉁이 길도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노력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이것을 문학적 문장으로 읽으면 여기에 하나도 결정된 게 없습니다. 세상에 버스는 수없이 많으니까. 빨간 버스, 노란 버스, 시내버스, 시외버스, 또 산모퉁이도 마찬가지. 이 세계에는 얼마나 각각 다른 수많은 산모퉁이가 있나요? 그런데 이 문장을 읽으면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거든요. 버스가 지나가고 산모퉁이가 떠오릅니다. 그 비밀스러운 머릿속의 스크린에 떠오르는 그림은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을 겁니다. 각자 자신이 경험한 인생에서 자기만의 버스를 가져오고 자기가 기억하는 산모퉁이가 들어오는 거죠.

그래서 문학적 문장이라고 하는 건 작가가 완성하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자기 삶을 보태서 비로소 제 3의 비밀스러운 스크린에 완성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말을 바꾸면, 독자가 함께 완성해가는 겁니다. 독자는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 확실히 머리가 좋아집니다. 상상력을 통해 평소 쓰지 않는 부분까지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를 통해서 자기 성찰, 가령 버스가 산모퉁이를 지나가고 있을 때의 그 버스도 자기 인생과 관련되는 버스를 떠올리게 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인생의 과거 어느 시점을 되돌아보는 행위가 벌어진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자기 성찰, 생각하는 힘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자기 성찰의 시간을 저절로 공유하게 됩니다. 그래서 박범신의 소설을 읽을 때 여러분은 소설만 읽는 게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인생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지, 내가 가고 싶었던 인생은 어떤 것인지, 잃어버린 것들을 환원해서 그야말로 복원시키는 역할을 문학적 문장들이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 읽으면 공부도 잘 하게 될 거에요.


저는 청소년 시절에 너무 책을 많이 읽었지만 그렇게 권하고 싶진 않아요. 책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 양면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에게 생각하는 법도 일러주고, 머리도 좋아지게 하고 즐거움의 쾌락적 느낌도 갖게 하는 좋은 점들이 있지만, 또 너무 어느 한 부분에 편중되면 우리 자신이 위험에 빠지는 수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후자였죠. 과하게 책을 읽고 내 취미에 맞는 것만 뽑아서 읽었으니까요. 음식도 골고루 먹어야 몸에 좋은 것처럼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골고루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청소년기에는 인생을 깊이 이해하고 또 앞날에 대한 자기 정체성도 확보해야 할 시기기 때문에 편중되지 않는 독서법으로 자신을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 너무나 많은 것들이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죠. 자칫하면 우리가 그 많은 유혹 속에서 오히려 삶의 길을 잃어버릴 수가 있어요. 그래서 청소년기에는 공유적이지 않고 내 정서의 즐거움을 위한 독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출처 : 청소년을 위한 독서칼럼(http://www.nlcy.go.kr:8089/column/column/view.dio?year=&month=&page=2&pagelistno=1&seq=153&search_title=&search_value=#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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