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운동 독서칼럼
만화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 신의철 (만화가. 웹툰 작가) 2014-09-12 오후 1:41:59
글쓴이 :
한국독서능력개발원
조회수 :
2015

웹툰 작가인 나는 어린 시절부터 당연히 만화를 좋아했다. 작가가 창작한 스토리가 있는 극화가 대부분이었으나, 아직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인상 깊게 남아있는 만화 중 하나는 <먼나라 이웃나라>(이원복 저)이다.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생전 가보지도 못한 유럽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만화’라는 형식으로 재미있게 구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로 한국과 일본의 출판 만화에서부터 최근의 웹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보아왔지만, 최근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바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다.

제목이 ‘만화로 보는 조선사’나 ‘재미있는 만화 조선역사’도 아닌 <조선왕조실록>인만큼 이 만화는 철저히 ‘실록’의 정사를 기반으로 그려졌다. 이러한 컨셉만 들으면 마치 텍스트로 된 조선왕조실록을 보는 것처럼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기우이다. 나도 몇 년간 웹툰을 연재하면서 간간히 무언가 정보를 담아내야 하는 외주 작업을 의뢰 받곤 했는데, 사실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정보를 나열하듯 전달하는 것은 오히려 만화라는 형식이 독이 될 정도로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 정보 자체를 가공하거나 각색하진 않지만 그것을 만화 속 캐릭터와 만화적인 연출을 통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은 작가 특유의 능력이고 그래야 비로소 창작의 결과물이 되는 것이다. 물론 역사란 것은 반드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만큼 이 책에도 최근 학계의 연구 결과나 저자 본인의 해석이 가미되긴 했지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실록에 기록된 정사를 마치 대하 사극을 보듯 재미있게 읽어 내려가게 만드는 ‘만화’의 힘이 느껴지는 저서이다.

내가 웹툰 작가가 되기 전 중학교에서 6년간 교편을 잡고 있을 때, 학습 만화라고 불리는 류의 ‘만화’들을 학교 독서 시간에 읽는 것을 지양시켰던 적이 있었다. 비록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에서 학습 만화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고 하나, 학생들이 누군가 억지로 시키는 지루한 독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천편일률적으로 만화류의 도서를 선택하는 것을 막고, 적은 시간이나마 다양한 독서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만화를 좋아하던 나조차도 어쩌면 깊이 있는 교양은 만화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다는 편견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 나서는 딱딱하거나 무겁게 느낄 수 있는 실록에 기록된 조선왕조의 정사를 읽어 내려가는데 이 이상의 선택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재미있지만 지나친 픽션의 가미로 역사 왜곡의 문제가 있는 사극 드라마나 흥미위주의 야사가 곁들여진 역사물을 보면서 ‘과연 실록에 남겨진 정사의 기록은 어떨까?’란 궁금증이 들었던 청소년이나 다소 어렵거나 지루할 수 있는 역사 교과서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교양과 재미를 모두 얻을 수 있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출처 : 청소년을 위한 독서칼럼(http://www.nlcy.go.kr:8089/column/column/view.dio?year=&month=&page=2&pagelistno=1&seq=149&search_title=&search_value=#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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