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운동 독서칼럼
내 인생의 친구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산림학자) 2014-05-29 오후 5:28:13
글쓴이 :
한국독서능력개발원
조회수 :
2115
내 인생에 친구가 없다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요?
때로는 친구 때문에 힘들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눈높이를 맞추며 함께 고민하고
함께 즐겁고 무엇보다도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이해해주는 것이 친구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더욱 큰 영향력을 미치기도 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문제는 좋은 친구를 내 마음대로 언제나 사귈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있습니다.
친구들도 알고 보면 고민 많고 변덕 많고 후회할 일을 곧잘 저지르는
나와 그리 다를 바 없는 불완전한 존재여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끝없는 양보와 이해를 거듭해야 평생을 함께 할 친구가 될 수 있는 거랍니다.
그래서 진짜 친구를 만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어른이 되면, 선입견이 많아져 더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제게는 남다른 진짜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책과 나무입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구요?
알고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식물을 연구하는 것이 직업인 산림학자이다 보니
식물을 보거나 책이나 논문과 같은 글자를
보는 시간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채웁니다.
하지만 제게 친구가 되어 주는 책은
공부하는 전공서적과는 전혀 다른 책들입니다.
머리가 아주 복잡할 때는 소설, 화가 날 때는 시집이나 에세이집,
정체되어 있는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에는 인문학적인 내용을 담은 책들에게 손길이 갑니다.
이론을 담은 책이 아니라 마음이 닿아 고른 이런 책들은
저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 주어 일상을 완전히 잊고 떠나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신’같은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 속에 몇 시간을 빠져 있다 보면
팽팽했던 일상의 스트레스가 사라져 버려 다시 생기 충만한 내 자신이 느껴지니
제게는 무궁무진한 세상을 담고 있는 책이 관리할 필요도 없는
정말 좋은 친구임에 틀림없습니다.

나무도 빼놓을 수 없는 친구입니다.
누구나 한번쯤 읽어 보았을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동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나만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만든 나의 나무는 나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나무는 내가 다가가 바라는 만큼, 내게 아낌없이 많은 것을 줍니다.
따뜻한 위로, 편안한 휴식, 반짝이는 영감 …
그 모든 것을 나무는 담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모인 숲에서 주는 피톤치드, 음이온 등등의 기운은 정신적인 것은 물론
실질적인 몸의 건강을 준다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아름다운 시, 음악, 그림, 디자인 등
우리가 창작했다고 말하는 많은 부분들이 사실은 자연 속에서 나온 것입니다.
나무마다 단풍이 곱게 든 가을 산,
혹은 야생화가 가득 핀 산의 정상의 빛깔과 모습을
말이나 그림으로 한번 표현해 보세요. 금세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빈약한 표현으로 최대한 자연을 흉내 내려 노력하다 보면
가장 위대한 문학과 예술이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미래의 BT산업의 기반인 신약의 원료도 식물입니다.
날아다니는 첩보로봇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세요.
결국 그 로봇의 날개는 가장 가볍고 가벼우면서도
젖지 않는 곤충의 날개에서,
즉 자연에서 모방할 것이거든요.

나무와 친구하려면 어떻게 하냐구요?

우선 밖으로 나가 주변에 있는 나무 중에
내 마음을 끄는 나무를 하나 골라보세요.
식물도감에서 이름이라도 한번 찾아보는 것은 친구에 대한 예의겠죠?
그리고 오며 가며 마음을 열어 그 친구를 바라보고 이름도 한 번씩 불러보세요.
그 다음은 아마도 나무가 알아서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여 줄 것이라고
저는 확실히 믿는답니다.
그렇게 일단 서로 마음을 주고나면 만사형통.
어느새 나무에게 많이 기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사귄 나무 아래서 언젠가 한번쯤은 제 생각도 해주세요.
좋은 친구 소개시켜주어 고마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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