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운동 독서칼럼
스토리텔링으로 내공을 쌓자! - 조정래 (서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2014-05-08 오후 5:01:23
글쓴이 :
한국독서능력개발원
조회수 :
2226

스토리텔링은 힘이 세다고들 한다. 스토리텔링의 힘이 세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관련 책들이 흔히 예로 드는 작품이 「아라비안 나이트(천일야화)」이다. 다 아는 내용이지만 이 책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한다. 페르시아의 어느 왕이 왕비의 불륜을 목격하고 처형한다. 여자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에 사로잡힌 왕은 매일 새로 왕비를 맞아들이곤 하룻밤이 지나기 전에 새 왕비를 죽이고 만다. 다음날 다른 새 왕비를 맞으면 역시 하룻밤을 넘기지 않았다. 세헤라자드라는 현명한 처녀가 왕비로 뽑히자, 밤늦게까지 왕에게 이야기를 해주다가 가장 흥미로운 장면에서 늦었으니 내일 계속 이야기하겠다며 중단한다. 왕은 이야기가 궁금하여 세헤라자드를 죽이지 못한다. 다음날 세헤라자드는 새로운 이야기로 왕을 이야기의 재미에 빠지게 하고, 그런 식으로 천 일 동안 목숨을 이어간다. 세헤라자드가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재미가 그녀의 목숨을 구한 셈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마지막 대목에서 그 왕이 변했음을 강조한다. 천 일 동안 여러 이야기를 들은 왕은 결국 마음을 바꾸어 세헤라자드를 죽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져 선정을 베풀었다고 작품에 적혀 있다. 스토리텔링의 진정한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들은 왕의 변화, 마음과 인식이 바뀌었음에 주목해야 한다. 재미로 사람을 푹 빠지게 하는 데에 이야기의 힘이 있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사람을 바꾼다는 점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교육이란 무엇일까? 교육의 참된 뜻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학습이라면, 모르는 것을 알도록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학습이 교육의 중요한 부분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공부가 교육의 모든 것은 아니다. 공부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사람은 변화할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스토리텔링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면 그 역시 교육의 중요한 자원, 혹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는 스토리텔링 창작이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효과적이면서 흥미로운 방법이라 늘 생각하고 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예에서 보듯이 스토리텔링이 포악한 왕을 현명한 왕으로 변화시키듯이 스토리텔링은 안개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갈 길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텔링 창작은 이야기를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남에게 보여주는’ 과정이다. 스토리텔링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으로 남들과 잘 소통하려면 세 가지를 잘 다루어야 한다. 스토리텔링 창작에 능숙해지기 위해 잘 다루어야 할 세 영역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이야기를 만드는 자기 자신이고, 둘째는 이야기가 다루는 세계, 즉 제재나 소재(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이며, 셋째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보통 글로 스토리텔링을 쓰니까 그 글쓰기가 셋째에 해당한다. 첫째를 스토리텔링의 ‘주체’라 한다면, 둘째를 스토리텔링의 ‘객체’라 할 수 있고, 셋째는 이야기를 전하는 ‘매체’라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창작은 이 세 가지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스토리텔링으로 역사 이야기를 만들어 역사 공부를 하려면 역사는 객체가 된다. 이를 글로 쓰면 글이 매체이고 그림을 그리면 그림이 매체이다. 영화로 만든다면 영상이 매체가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을 창작하는 자신이 주체이다.
객체를 잘 다루는 방법은 학습이다. 즉 객체를 잘 다루려면 그 이야기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많이 습득해야 하니까 공부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저절로 공부가 되기도 한다. 매체는 많이 쓰면 저절로 숙달하게 된다. 많이 읽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객체와 매체, 이 둘은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까지는 잘 다룰 수 있다.
셋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주체, 즉 자기 자신을 잘 다루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잘 하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자기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느끼는 것, 자신이 반응하는 것, 자신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주체 의식이 분명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스토리텔링을 창작하다 보면 저절로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치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춰보듯이. 스토리텔링을 창작하면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토리텔링을 창작하면, 잘 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자기와 만나게 된다. 자신이 숨겨놓은, 감춰놓은, 자신이 부끄러워하는, 자신이 속이고 있는, 그런 자신의 진정한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저절로 반성하게 되고, 참되고 진실된 자기의 모습을 대면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사회를 살아가는 힘을 우리에게 준다. 내면에서 자신을 직시하고 반성하는 사람이 바로 강한 내공을 가진 사람이다. 결과적으로 학습도 저절로 뛰어나게 해나갈 수 있다.
그러니 스토리텔링에 뛰어들어 보자. 솔직하게 자신과 대면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보자. 스스로 내공이 강해지는 방법이다.
 
 
 
출처 : 청소년을 위한 독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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