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운동 독서칼럼
책을 보는 나의 자세 - 조경규 (만화가, 아트 디렉터) 2014-04-02 오후 4:48:45
글쓴이 :
한국독서능력개발원
조회수 :
2231

나는 책을 볼 때 침대나 바닥에
벌러덩 누워서 본다. 그림을 그리고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그러하듯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밥 먹을 때나 차 마실 때는 앉아있을 수밖에 없다.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책을 볼 때라도 뒹굴거리면서 봐야지,
그렇지 않으면 엉덩이가 남아나질 않을 거다.
누워서 책을 볼 때는 한 자세로
오래보면 피곤하니까 자세를 몇 번에
한 번씩 수시로 바꿔준다.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바르게 누워서 보는 것.
베게는 없어도 된다. 그냥 평평한 바닥에 누워
천장을 향해 직각으로 책을 들고 본다.
눈과 책과의 거리는 물론 30센티 이상!
그렇게 한동안 보다가 좀 불편하다 싶으면
옆으로 돌아눕는다. 이때는 베개가 필요하다.
너무 푹신하지 않은, 적당히 높이가 있는,
그래서 머리와 어깨의 위치가 바로 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베개 말이다.
한쪽으로만 눕다가는 균형이 깨질 수 있으니
의식적으로 양쪽으로 돌아가면서 누워준다.
낮에는 그렇게 책을 보다가 잠깐 잠이 들기도 한다.
하루에 8시간은 꼭 자야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는
나는 요즘 새벽 2시에 취침해서 8시에 일어난다.
밤에는 일하다가 늦게 자는 거고,
아침에는 유치원 가는 아이들 배웅해줘야 하니
일찍 일어나는 거다. 그러니 낮잠 보충이
더더욱 필요할 수밖에. 그렇게 살짝 자다가 일어나면,
베게 옆에 놓인 책을 다시 집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또 잠이 들 수도 있고.
나의 낮잠 버릇은 꽤 오래된 것이어서,
고3때도 수업 끝나고 저녁 야간자율학습 하기 전에
꼭 집에 와서 1시간씩 자곤 했다.
밤에 잘 때는 아무리 시간이 늦고
몸이 피곤해도 꼭 책을 봐야한다.
집에서도 그렇고 여행을 가서도 그렇다.
가족 구성원 중 가장 늦게 잠드는 사람이다 보니,
이미 잠들어 있는 누군가의 옆에 누워서 봐야한다.
그러다보면 불빛의 방향을 한쪽으로
밖에 할 수 없으니 자세도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취침 시 독서시간은 대략 10분에서 30분 사이.
잠깐이긴 하지만, 어둠 속 작은 불빛 아래서
한쪽으로만 책을 보다보면 늘 쉽게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마루 같은데서 책을 보고 나서 졸리면
침대로 와서 자면 되는 거 아닌가도 싶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잠 잘 곳에 누워서 책을 보다가
책을 베개 옆에 놓고 불을 끄고 바로
눈을 감아야 잠이 솔솔 잘 온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7살짜리 딸아이는 내가 하는 것 중
좋아 보이는 것은 뭐든지 따라하곤 하는데,
내가 바닥에 누워서 책을 보고 있으니까
자기도 책을 들고 내 옆에 누워 보는 거다.
나는 수십 년 동안 그렇게 해왔던 건데,
작은 딸아이가 누워서 책을 보니
이건 정말 아니다 싶더라.
"일어나서 바르게 앉아서 봐야지"하면,
마지못해 앉아서 보기는 하지만, 눈빛으론
"그치만, 아빠는.." 한다.
이를 어쩐다. 그렇다고 앉아서 보기는 싫고.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는다.
고민의 고민 끝에 이런 방법을 고안해냈다.
일단 누워서 책을 보긴 본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다가오는 인기척이 들리면,
책을 베게 옆에 놓고 잽싸게 자는 척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지나가면 다시 책을 집어 들고.
아이들이 안 가고 계속 옆에 있으면,
그렇게 자는 척을 하다가 정말 잠이 들기도 한다.
눕는 자세는 여러 책보기 자세 중 가장 아름답다.
그 자세 그대로 잠과 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더할 수 없는 매력이다.
옆에서 보기에는 그닥 좋아 보이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나와 책과 바닥은 하나가 되어
이미 다른 세상에 가 있는걸 뭐.
 
 
 
 
출처 : 청소년을 위한 독서칼럼(http://www.nlcy.go.kr:8089/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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