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삶
[시민의 서재를 가다]책조아 북구도서관 독서모임 2014-11-24 오후 4:04:34
글쓴이 :
한국독서능력개발원
조회수 :
2795


 손에 명품 핸드백 대신 ‘책’… 진짜 ‘명품 인생’
 
독서가 ‘국민 취미’로 한 자리를 차지한 지 수십 년이 다 돼가지만, 끈기있게 책을 붙잡는 사람을 보기는 쉽지 않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독서의 중요성에 공감하지만, 독서의 즐거움까지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10년간 한결같이 책과 함께한 독서모임 책조아, 그들의 독서 모임을 들여다봤다.
■ 아줌마들의 독서라고 얕보지 마라… 어느 토론보다 뜨거웠던 두 시간
11월 셋째주 토요일 오전 10시.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 열리는 책조아 모임 날이다.

오전 9시 30분이 지나자 북구도서관을 찾는 행렬 속에서 하나 둘 책조아 회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책조아 회원들은 모두 12명, 이날은 자녀 논술 면접과 김장 시즌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7명이 얼굴을 드러냈다.

이날의 주제 도서는 장 그로니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섬’으로 읽기 쉽지 않은 책으로 유명하다.

책조아 회원들은 장 그로니에를 이전 주제 도서였던 ‘이방인’의 알베르 카뮈를 가르친 스승이라는 점에서 연관을 짓고, 각자의 독서 스타일대로 ‘섬’을 읽어왔다.

“보통 고독, 피난처, 휴식, 휴양지 정도로 섬의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섬은 전혀 달랐으며, 일정 부분 카뮈의 작품이 생각났다.”

“읽으면서 나랑은 조금 안 맞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가볍고 달달한 책이 읽고 싶었는데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다소 가벼운 얘기로 시작한 토론은 이내 책 내용에 대한 각자의 다른 해석이 오가자 일순간 진지해졌다.

“저자가 고양이를 대하는 애정과 가치,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안락사시키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다가오면서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자연 앞에서 자살을 느끼는 장면이 나오는데 발아래 펼쳐진 숲을 보면 떨어져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 주인공이 절벽에 뛰어드는 장면과 비슷할 것 같다.”

책 내용에 대한 심오한 갑론을박이 한동안 오갔고, 각자 인상 깊었던 구절은 서로 낭독하며 그 의미에 대한 2차, 3차 토론이 계속됐다.

몇몇 회원들은 자신은 감명받지 못했지만, 다른 회원이 인상깊게 읽은 부분을 따로 메모하며 서로 빈 곳을 채워갔다.

이윽고 토론이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섬’에 대한 총평은 물론, 장 그로니에에 대한 느낌, 번역에 대한 아쉬움까지 얘기는 깊이를 더했다.

“‘섬’에서 비밀스럽고 공허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장 그로니에는 현실에서 관조적으로 한 발을 빼놓은 느낌이 든다.”, “번역가가 이 책에서는 번역이 매끄럽지 못했던 느낌이다.”

다음 주제 도서를 얘기하는 시간이 되자 회원들은 프리모 레비의 ‘지금이 아니면 언제’, 김화영의 ‘행복의 충격’, 장 그로니에의 ‘어느 개의 죽음’, 김영미의 ‘세계는 왜 싸우는가’ 등을 제시했다.

결국, 다음 모임의 주제 도서로는 ‘인문학적 책 읽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 읽기’ 또한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지를 얻으면서 EBS 지식채널 e에서 만든 ‘지식 e’가 선정됐다.

■ 책 취향도, 읽는 방법도 다르지만 ‘책 나눔’은 즐거워…
책조아 회원은 현재 피아노 교사, 요리사, 독서지도사, 공부방 선생님, 가정주부 등 하는 일이 다양하다.

좋아하는 책 분야 역시 미학, 문학, 철학, 소설, 에세이 등으로 제각각이다.

평소 책 읽는 습관 역시 마찬가지다.

전나영 회장은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며, 일상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습관적 책 읽기’를 한다.

어렸을 적부터 몸에 밴 독서습관으로 가볍게 책을 읽어 나가며 다독에 일가견을 나타낸다.

반면, 이미연 회원은 일주일에 토요일 하루, 점심 이후부터 도서관이 문을 닫는 오후 11시께까지 반나절 가량을 책을 읽는 데 투자하고 있다.

이 시간만큼은 오로지 책에만 집중해 다소 어려운 책도 곱씹어 가며 깊이 있는 소화력을 자랑한다.

이렇게 서로 취향과 습관이 다른데 책 선정부터 토론까지 어떻게 10년이 가능했을까.

책조아 회원들은 입을 모아 “혼자 읽는 것보다 같이 읽는 것이 훨씬 재밌다”라고 답했다.

책을 혼자서 읽으면 한쪽 분야의 책만 편식하듯 읽는 ‘편독(偏讀)’의 우려가 크지만, 책 모임은 독서 세계를 넓혀준다.

예를 들어 한 회원은 미술 쪽에 문외한이었지만, 최근 주제 도서로 했던 이주은·손철주의 ‘다, 그림이다’를 읽은 후 동양화의 멋에 대해 알게 돼 이후 관련 서적을 탐독 중이다.

매번 주제 도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혼자서는 전혀 상상도 못할 영역까지 범위가 확대되는 셈이다.

홍진선 회원은 “제가 가진 생각의 틀 안에서 책을 읽기 마련인데 막상 토론을 해보면, 우리가 같은 책을 읽은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란다”며 “다른 걸 다른 데로 확인하는 것도 재미”라고 말했다.

■ 책 하나로 아이·엄마의 삶이 바뀌다
초기에 책조아 회원들은 그저 아이들 독서 교육에만 관심 있을 뿐이었다.

정작 회원들은 일부만 책에 관심 있을 뿐, 대부분은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까’에만 몰두했다.

그래서 초기 책조아는 대학교나 정부에서 내놓은 권장도서를 명단째로 뽑아 회원들이 먼저 소화한 후 아이에게 어떻게 읽게 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아이가 조금 자란 후에는 ‘올바른 교육법’, ‘사춘기 대처법’, ‘과목별 공부법’의 관련 도서를 읽으며, 시기별 학부모의 고민을 반영했다.

덕분에 책조아 회원의 자녀들은 주말이면 인근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학교 독서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또래보다 월등한 독서량을 자랑한다.

회원들이 꼽은 독서교육법은 ‘강요하지 않는다’로 억지로 어떤 책을 읽히기보다 어머니가 먼저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모습은 보여준다.

또한, 항상 아이의 손 닿는 곳에 책을 놓아둬 자연스럽게 아이가 책을 접하며, 자신만의 독서 습관을 기르고 책 읽는 재미를 알게 한다.

책조아로 변한 건 아이뿐만이 아니다.

회원들은 언젠가부터 책을 손에 잡는 것이 더는 어색하지 않게 됐고,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특히, 자신만의 장소, 시간, 세계가 필요한 시기를 맞이하면서 회원들은 독서력으로 저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갔다.

고부 갈등, 남편과의 문제, 교육 문제, 자아 문제 등 한국 여성의 40·50대는 결코 순탄치 않지만, 회원들은 책 덕분에 이를 이겨냈다고 입을 모은다.

또 월 2회 정기 모임 외에도 주제 도서와 연결해 전시회나 뮤지컬을 관람하고, 계절별로 나들이를 함께 가면서 어느덧 웬만한 친구보다도 가까운 사이가 됐다.

전나영 회장은 “대단한 모임은 아니지만 다들 책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며 “10년간 책조아를 함께하면서 우리들이 책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 경기일보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869836
 
이전글
다음글